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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 백화 현상: 하얗게 변한 산호의 생존과 죽음의 갈림길

산호 백화 현상은 산호의 즉각적인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과정이며, 수온 등 외부 조건에 따라 회복, 부분 폐사, 완전한 죽음 등 운명이 결정된다. 이는 다이버와 해양 생태계 전체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스쿠버타임즈

2026년 1월 11일 10:54
산호 백화 현상: 하얗게 변한 산호의 생존과 죽음의 갈림길

리드: 백색의 경고, 산호 백화 현상의 진실

산호초가 '백화(Bleaching)' 현상을 겪으면 마치 모든 생명이 빨려 나간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화려했던 색은 빛을 잃고, 구조물은 유령처럼 하얗게 변해버린다. 이 모든 장면은 마치 흰색으로 쓰인 거대한 경고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백화 현상은 단일한 결말이 아니다. 그것은 운명을 가르는 갈림길의 시작이며, 이후의 전개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그 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어떤 종류의 산호인지, 그리고 당시 산호초에 어떤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산호 백화, 정확히 무엇인가?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면, 산호 백화는 산호초를 만드는 산호와 그 조직 내부에 공생하는 미세 조류(algae) 사이의 파트너십이 붕괴하는 현상이다. 이 조류는 흔히 '주산셀라(zooxanthellae)'로 불렸으나, 현재는 보다 정확하게 '심바이오디니과(Symbiodiniaceae)'로 기술된다. 이들은 수많은 산호에게 주요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한다. 수온 상승으로 인한 열 스트레스가 급증하면, 산호는 이 공생 조류를 밖으로 방출하거나 공생 조류가 색소를 잃게 된다. 이때 산호의 반투명한 조직을 통해 그 아래의 창백한 골격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해양 서비스는 산호 백화에 대한 설명 자료에서 이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잘 설명하고 있다. 또한, 다이버들이 현장에서 종종 잊어버리는 중요한 사실을 강조한다. 바로 '백화된 산호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즉시 죽은 상태는 아니다'라는 점이다.

백화 직후 (수일 ~ 수주): 에너지 위기와의 사투

공생 조류가 사라지면 산호의 에너지 수급은 붕괴된다. 대부분의 조초산호(reef-building coral)는 일상적인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공생 조류의 광합성에 의존한다. 이 에너지 공급이 끊기면, 산호는 저장해 둔 에너지 비축량과 물기둥(water column)에서 직접 포획하거나 흡수할 수 있는 것에 의존해 생존해야만 한다.

이 단계에서 산호는 먹이 섭취 활동을 늘릴 수 있지만, 잃어버린 에너지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산호 자체가 이미 생리학적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열 스트레스의 '지속 기간'이 매우 중요해진다. 만약 수온이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온다면, 일부 산호는 공생 조류를 회복하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고수온이 계속되면, 산호는 굶주림과 연쇄적인 기능 부전의 위험에 빠르게 직면하게 된다. 이는 NOAA 과학자들이 산호 회복 관련 현장 모니터링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패턴이기도 하다.

백화 초기 단계의 산호초에서는 종종 여러 결과가 나란히 관찰된다. 백화 상태를 유지하는 군락, 서서히 색을 되찾기 시작하는 군락, 그리고 가장자리나 특정 부분에서 조직 손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군락이 혼재하는 것이다.

운명의 갈림길 (수주 ~ 수개월): 회복, 부분 폐사, 그리고 죽음

주변 환경 조건이 개선되면, 많은 산호는 조직 내에 공생 조류를 다시 채워 색을 되찾을 수 있다. 이러한 재개체군화는 이미 산호 내에 낮은 밀도로 존재하던 공생 조류가 증식하거나, 주변 환경으로부터 새로운 공생 조류를 받아들이거나, 또는 기존의 공생 조류 군집 내에서 우점종이 바뀌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1. 회복의 과정과 '숨겨진 후유증'

하지만 여기서 '회복'이라는 단어는 기만적일 수 있다. 색을 되찾은 산호라 할지라도 수개월 동안 저하된 성능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이 둔화되고, 면역 기능이 약화되며, 번식 능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다이버의 눈에는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다음 산란기와 장기적인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생리학적 숙취'를 겪고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2. 폐사로 향하는 길

반면, 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백화된 산호는 부분적 또는 전체적 폐사로 이어진다. 일부 종은 다른 종보다 더 취약하며, 같은 종이라도 빛의 양, 수심, 수류와 같은 환경 요인에 따라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여기서 장기적인 관점이 중요하다. 반복적이고 대규모적인 고수온 현상은 산호초가 회복할 시간을 빼앗아간다. 저명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휴즈(Hughes)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 지구적으로 백화 현상의 빈도가 증가하고 그 간격이 짧아지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이 '줄어드는 회복의 창'이 산호초의 미래를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산호 내부의 '뉴노멀': 공생조류 재편과 그 대가

지난 10년간 산호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 중 하나는 백화 현상이 산호가 품는 공생 조류의 구성을 재편할 수 있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반복적인 스트레스 이후에 더 높은 내열성을 가진 파트너십이 선호되기도 한다. 이것이 일부 산호가 여러 차례의 백화 현상을 겪은 후 적어도 한동안은 '더 잘 대처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퀴글리(Quigley)와 동료 저자들이 발표한 공개 접근 논문 '반복된 대규모 산호 백화에 의해 공생 관계가 재구성된다'는 이러한 현상을 잘 설명한다. 이 연구는 백화 현상이 산호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의 공생 조류 구성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증거를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내열성이 강한 공생 조류와의 파트너십은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일부 사례에서는 스트레스가 없는 평상시 조건에서 오히려 성장률이 감소하는 등의 단점이 보고되었다. 또한, 해양 열파가 계속해서 강해지고 더 자주 발생한다면, 공생 조류의 변화만으로는 산호초를 무한정 보호할 수 없다.

산호가 사라진 자리: 해조류의 침입과 생태계의 변화

백화 현상은 단지 산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호가 약해지거나 죽었을 때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엇이 들어오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산호 조직이 사라지면, 그 아래의 골격이 노출된다. 이 공간은 새로운 생명체들의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된다. 종종 잔디처럼 자라는 해조류(turf algae)가 죽은 산호 골격을 빠르게 뒤덮는다. 이는 새로운 산호 유생이 정착하는 것을 방해하고, 산호초 구조물 자체의 침식을 가속화시켜 결국 산호초에 의존해 살아가던 수많은 해양 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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