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다이빙 장비의 초석을 다진 선구자
영국의 저명한 다이빙 장비 제조업체 AP 다이빙(AP Diving)의 공동 창립자이자 회사명의 'AP'이기도 한 안젤라 파커(Angela Parker)가 최근 향년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전 세계 다이버들을 위한 현대적인 수중 호흡 및 안전 장비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업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열정적인 다이버에서 혁신적인 사업가로
1937년 영국 워릭셔 럭비에서 태어난 안젤라 파커는 치과 간호사로 근무하던 중 미래의 남편이 될 엔지니어 데이비드 파커를 만났다. 1956년 결혼한 두 사람은 1960년대 중반 세 아들과 함께 코번리로 이주했으며, 취미로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했다. 부부는 지역 다이빙 클럽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안젤라는 세 아들에게 직접 다이빙을 가르칠 정도로 열정적이고 숙련된 다이버로 성장했다.
그녀의 다이빙에 대한 열정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섰다. 1971년에는 코니스턴 호수에 잠긴 도널드 캠벨의 '블루버드' 난파선을 최초로 발견하고 탐사한 다이버 중 한 명이었으며, 1976년에는 HMS 포미더블(Formidable) 난파선 다이빙에도 참여하는 등 뛰어난 탐험가이기도 했다.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부부가 본격적으로 다이빙 장비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당시 초기 형태의 부력 조절 재킷(ABLJ)에서 발견된 문제점 때문이었다. 비상 상황 시 재킷 내부의 공기로 호흡하는 자가 구조 방식이 있었지만,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웠다. 이 문제를 간파한 안젤라는 엔지니어였던 남편 데이비드에게 해결책을 요구했고, 그 결과 간단하고 자동화된 비상 호흡 밸브인 'AP 밸브'가 탄생했다.
이 혁신적인 발명을 계기로 1969년 'AP 밸브'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고압 다이렉트 피드, 저압 인플레이터, 비상용 레귤레이터와 AP 밸브를 결합한 '오토 에어(Auto Air)' 등 혁신적인 제품들을 연이어 출시했다. 1973년에는 오늘날 거의 모든 부력조절장치(BCD)와 재호흡기 카운터렁에 사용되는 고주파(HF) 용접 폴리우레탄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BCD의 내구성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AP 다이빙의 성장과 유산
1978년 콘월로 이전한 후에도 안젤라는 사업의 중심에서 회사를 이끌었다. 1980년대에는 '버디 코만도(BUDDY Commando)', '퍼시픽(Pacific)', '씨킹(Sea King)' 등 전설적인 BCD 라인업을 개발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또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자동 밀폐형 수면표시부표(SMB) 역시 데이비드 파커의 발명품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회사는 1987년 영국 디자인 위원회로부터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전자식 폐쇄회로 재호흡기(eCCR) 개발에 착수하여 1997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eCCR인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을 출시하며 테크니컬 다이빙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안젤라와 데이비드는 1993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그녀는 최근까지 회사 이사직을 유지하며 다이빙 업계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가족은 다음과 같은 추모의 말을 전했다.
"어머니는 다른 이들에게 훌륭한 롤모델이었습니다. 친절함과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향해 두려움 없이 나아갔고, 성공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깊은 사랑과 애정으로 그녀를 기억할 것이며, 그녀의 빈자리는 무척 클 것입니다."
영국서브아쿠아클럽(BSAC) 본부는 파커 가족과 안젤라의 모든 친구, 동료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했다. 안젤라 파커는 다이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열정적인 다이버이자, 다이빙 산업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혁신가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