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보호단체 헬시시즈(Healthy Seas) 재단이 주관한 유령 그물 제거 임무 중 지중해에서 사상 처음으로 백상아리의 수중 영상이 촬영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기록됐다. 이 영상은 6월 8일 세계 해양의 날을 기념하여 공개되었으며, 지중해 백상아리의 수중 활동을 담은 최초의 공식 기록으로 평가된다.
난파선에서 이루어진 역사적인 조우
이번 조우는 헬시시즈 재단과 수중 유적 기록 협회(SDSS)의 협력 아래, 테크니컬 다이빙팀 '고스트 다이빙(Ghost Diving)' 소속 다이버들이 시칠리아 해협의 한 난파선에서 버려진 어망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문제의 난파선은 해양 생물의 주요 서식지이지만, 동시에 유령 그물로 뒤덮여 해양 생물에게 치명적인 덫이 되어왔다.
역사적인 영상과 사진은 고스트 다이빙 소속 자원봉사 다이버인 데르크 렘머스(Derk Remmers)가 촬영했다. 그는 당시의 흥분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수중에서 이처럼 상징적인 동물을 만나는 것은 통계적으로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훨씬 낮습니다. 수십 년간 난파선 다이빙을 하고 유령 그물을 제거해왔지만, 이런 순간을 맞이할 준비는 전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지중해 한가운데서 상어와 마주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우리는 계획했던 대로 난파선의 그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이 순간은 우리의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유령 어구 제거
헬시시즈 재단은 이번 백상아리 조우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임무의 핵심은 난파선과 주변 해저에 얽힌 유령 그물을 제거하는 시급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보안을 위해 정확한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해당 지역을 '지중해에서 가장 중요한 생물다양성 핵심 지역이자 가장 심하게 어업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전 다이빙 조사에서는 버려진 어구에 갇힌 멸종위기종 붉은바다거북 여러 마리와 대형 어종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난파선은 종종 인공 암초 역할을 하며 풍부한 해양 생물들을 끌어들이지만, 물속을 떠다니는 폐어망에 걸리면 거대한 수중 덫으로 변모하여 해양 생물들을 얽어매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베로니카 미코스(Veronika Mikos) 헬시시즈 이사는 이번 발견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이번 조우가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이유는 단순히 상어 자체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이 일어난 맥락 때문입니다. 우리는 생물다양성의 중심지인 난파선 생태계에서 해양 생물을 옭아매는 유령 그물을 제거하기 위해 그곳에 있었습니다. 이런 순간들은 지중해 먼바다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버려진 어구나 남획과 같은 예방 가능한 위협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줍니다."
과학계에 던지는 중요한 의미
지중해에 백상아리 개체군이 서식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이전까지는 수면에서 목격된 사례만 드물게 기록되었을 뿐 수중 영상은 전무했다. 이번 임무에 협력한 해양 전문가들은 이 발견이 매우 이례적이며 과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다만, 광범위한 생태학적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분석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톤 도른 동물학 연구소 시칠리아 해양 센터의 카를로 카타노(Dr. Carlo Cattano)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중해 백상아리에 대한 우리의 지식 대부분은 어업 활동 중 포획된 죽은 개체 기록에서 비롯됩니다. 이번과 같은 관찰은 심각한 멸종위기종인 백상아리의 분포, 습성, 행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매우 귀중합니다. 인간 활동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이 종의 보존을 위해 꼭 필요한 자료입니다. 우리의 상어 연구는 위협받는 종들의 핵심 서식지를 여러 곳 확인하게 해주었는데, 이번 발견은 특히 이 지역의 보존 가치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한편, 백상아리가 목격된 이번 임무에서는 유령 그물 제거 작업 외에도 환경 DNA(eDNA) 샘플링 및 수중 모니터링 등 다양한 과학 연구가 함께 진행되었다. 헬시시즈 측은 그물 수거 장면, 난파선 주변의 해양 생물, 그리고 이번 백상아리 조우 영상을 포함한 대부분의 시각 자료와 과학 데이터를 수 주 내로 추가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