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잊지 못할 다이빙'…다이버의 핀을 물고 장난치는 판 제도 물범
스쿠버 매거진의 2025년 작문 대회 '기억에 남을 다이빙(A Dive to Remember)' 부문에 실린 데이비드 앤더슨(David Anderson)의 경험담이 다이버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노섬벌랜드 해안에 위치한 판 제도(Farne Islands)에서 회색물범과 나눈 그의 생생한 수중 만남은 단순한 다이빙을 넘어 야생과의 깊은 교감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이야기로 평가받는다.
앤더슨은 판 제도로 향하는 작은 고속단정(RIB)에 올라탔을 때부터 흥분과 긴장감이 교차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첫 판 제도 다이빙이었기 때문이다. 보트가 다이빙 사이트를 향해 질주하는 동안 차가운 북해의 바람이 얼굴을 때렸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바닷속 경이로운 해양 생물들을 만날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차가운 북해 입수,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만남
다이빙 포인트에 도착한 그는 심호흡과 함께 장비를 점검하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는 "얼음장 같은 물이 충격파처럼 덮쳐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내 차가운 수온에 적응하며 하강하자, 고요한 수중 세계가 그를 감쌌다. 시야는 놀라울 정도로 맑았고, 눈앞에는 거대한 켈프(Kelp)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물고기 떼가 켈프 사이를 분주히 오가고 게들이 해저를 기어 다니는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그의 심장을 멎게 할 만한 존재가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바로 회색물범이었다.
"그림자 속에서 매끄럽고 우아한 자태의 물범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저와 눈을 맞추고는, 마치 제가 무엇인지 알아내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죠. 제가 반응할 틈도 없이 또 다른 한 마리가 나타나 제 주위를 장난스럽게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다이버의 핀을 물고 장난치는 장난꾸러기 물범
교감의 순간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갑자기 자신의 핀(오리발)이 무언가에 강하게 끌어당겨지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앤더슨은 순간적으로 무언가에 걸렸다는 생각에 당황했지만, 뒤를 돌아본 순간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장난기 가득한 어린 물범이 그의 핀을 입에 물고 있다가, 마치 놀아달라는 강아지처럼 재빨리 달아나는 모습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레귤레이터를 문 채 웃음을 터뜨렸다. 물범은 마치 자신의 재주를 뽐내기라도 하듯 물속에서 몸을 뒤집고 현란하게 유영했다. 잠시 후,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물범이 그의 마스크 바로 앞까지 다가와 크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그의 손을 부드럽게 툭 친 것이다. 앤더슨은 "마치 함께 놀자고 말을 거는 것 같았다"며 당시의 벅찬 감정을 전했다.
그 후 다이빙 내내 물범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다리 사이를 헤치고 다니거나 핀을 계속 잡아당기는 등 장난을 멈추지 않았고, 심지어 그의 움직임을 흉내 내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마치 그를 자신의 수중 세계 일원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다. 그는 "판 제도 물범들이 사람에게 친근하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이런 수준의 상호작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이빙 그 이상의 경험, 야생과의 깊은 유대
다이빙을 마치고 수면으로 올라왔을 때,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와 닿았지만 그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의 마음은 여전히 물범과 함께했던 놀라운 순간들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는 훌륭한 다이빙을 기대하고 판 제도를 찾았지만, 그가 얻은 것은 그 이상이었다. 바로 야생과의 깊은 유대감, 그리고 평생 간직하고 이야기할 소중한 추억이었다.
이 경험담은 영국 최대 다이빙 클럽인 BSAC(British Sub-Aqua Club)가 발행하는 '스쿠버 매거진' 157호(2025년 7/8월호)에 처음 게재되었으며, 다이버와 해양 생물 간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얼마나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