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어업으로 인한 상어 혼획, 신기술로 막는다…'샤크가드' 개발
매년 수백만 마리의 상어가 연승어업(Longline Fishing)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희생되는 가운데, 이러한 비극적인 혼획(Bycatch)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되어 해양보호 활동가들과 다이버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엑서터 대학 해양생태보존센터(Centre for Ecology and Conservation) 연구팀은 최근 상어의 고유한 감각 기관을 이용해 어망 접근을 막는 새로운 전자 상어 퇴치 장치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승어업은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긴 낚싯줄에 수천 개의 미끼 달린 낚싯바늘을 매달아 참치나 황새치 같은 목표 어종을 잡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목표 어종 외에 상어, 거북이, 바닷새 등 수많은 해양 생물이 함께 걸려드는 심각한 혼획 문제를 야기해왔다. 특히 상어는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어 혼획은 해양 생태계의 균형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신기술 '샤크가드(SharkGuard)'의 작동 원리
연구팀이 개발한 '샤크가드(SharkGuard)'라 명명된 이 장치는 상어의 머리 부분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특수 감각기관인 '로렌치니 기관(Ampullae of Lorenzini)'을 자극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상어는 이 기관을 통해 미세한 전자기장을 감지하여 먹이를 찾거나 방향을 탐색하는데, 샤크가드는 연승어업용 낚싯바늘 근처에 부착되어 상어가 싫어하는 특정 주파수의 미세 전자기장을 방출한다.
이 전자기장은 상어에게는 불쾌한 자극을 주어 미끼에 접근하지 않고 스스로 멀어지게 만든다. 반면, 참치나 황새치 등 다른 경골어류는 로렌치니 기관이 없어 이 전자기장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목표 어종의 어획량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상어의 혼획만을 선택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이다.
획기적인 현장 실험 결과, 최대 94% 감소
연구팀은 대서양의 상업적 연승어선과 협력하여 수개월간 샤크가드의 효과를 검증하는 현장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샤크가드를 부착한 낚싯줄에서는 청상아리(Blue Shark)의 혼획률이 71% 감소했으며, 특히 멸종 위기 등급이 높은 비단상어(Silky Shark)의 혼획은 무려 94%나 줄어드는 놀라운 효과를 보였다. 동시에 목표 어종인 황다랑어(Yellowfin Tuna)의 어획량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의 목표는 어업 활동의 경제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해양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 실용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샤크가드는 개당 약 50달러(약 6만 8천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 가능하며,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어업인들의 부담을 최소화했습니다. 이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된다면 상어 보존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 사라 제닝스 박사 (Dr. Sarah Jennings), 엑서터 대학 수석 연구원
다이버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상어 개체 수의 보존은 스쿠버 다이버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상어는 해양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전체 먹이사슬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다. 상어가 사라진 바다는 산호초의 파괴, 특정 어종의 과도한 번식 등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결국 다이버들이 즐기는 수중 세계의 다채로움을 잃게 만든다.
샤크가드와 같은 기술의 등장은 건강한 상어 개체군을 유지함으로써 더욱 활기차고 건강한 바다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 다이버들이 상어와 함께 유영하는 특별한 경험을 미래에도 계속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지속 가능한 어업을 통해 해양 환경 전체를 보호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미래 전망과 과제
연구팀은 현재 샤크가드의 크기를 더욱 소형화하고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전 세계 주요 수산 기업 및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이 기술을 상용화하고, 특정 해역에서는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의 효과는 입증되었지만, 이를 전 세계 수많은 어선에 보급하고 어업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샤크가드의 개발은 인간의 활동과 해양 생물 보존이 공존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작은 장치가 위기에 처한 바다의 포식자, 상어의 미래를 지키는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