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등대 아래, 역사와 생명이 공존하는 바다
미국 플로리다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휴양 도시 주피터는 다이버들에게 풍성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이 지역의 상징은 단연 33미터 높이의 붉은 벽돌로 지어진 주피터 등대다. 1860년 7월 10일 록사해치강 유역에서 처음 불을 밝힌 이 등대는 단순한 항해의 길잡이를 넘어, 미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간직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등대는 남북전쟁의 두 영웅과 깊은 관련이 있다. 1849년 미 육군 공병대의 로버트 E. 리 중령이 플로리다 해안을 측량하며 주피터를 등대 부지로 선정했고, 공병대 지형 엔지니어였던 조지 미드 중위가 등대를 설계했다.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동문이었던 두 장교는 1863년 남북전쟁의 분수령이 된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각각 남부연합군과 북부연방군의 사령관으로 맞서 싸우게 된다.
전쟁 동안 등대는 남부연합 측 관리자에 의해 불이 꺼졌고, 남부의 봉쇄선 돌파선들이 군수물자를 싣고 비밀리에 강으로 들어오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 오늘날 등대는 관광 명소이자, 주피터 해협을 빠져나가 대서양 다이빙 사이트로 향하는 다이브 보트들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레몬상어와의 짜릿한 조우, 인공 난파선 다이빙
마이애미에서 북쪽으로 약 135km 떨어진 주피터에서의 다이빙은 기대로 가득 찼다. 다이버들은 보트를 타고 북쪽으로 45분 거리에 있는 포인트로 향했다. 멸종위기종인 톱상어가 목격되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모래 바닥에서 약 3m 솟아오른 바위 절벽을 따라 유영했지만, 아쉽게도 톱상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다이버들은 바위틈에서 거대한 랍스터들을 연이어 잡아 올리며 만족스러운 다이빙을 즐겼다.
이후 캡틴 잭은 다이버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로란 타워(Loran Tower) 포인트에서 다시 다이빙하거나, 남쪽으로 이동해 인공어초로 조성된 3척의 난파선 포인트를 탐사하는 것이었다. 특히 난파선 포인트에는 레몬상어 떼가 들어와 있다는 매력적인 정보가 덧붙여졌다.
다이버들의 선택은 단연 레몬상어였다. 주피터 해협 바로 앞으로 이동하자 등대가 선명하게 보였다. 해류는 더 빨랐지만 시야는 훨씬 좋았다. 이곳은 플로리다 영해 밖이어서 과거에 상어 피딩이 이루어졌던 곳이다. 비록 지금은 금지되었지만, 파블로프의 개처럼 학습된 너스상어와 레몬상어들은 여전히 다이버들을 경계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와 짜릿한 경험을 선사했다.
수심 30m에서 펼쳐지는 상어 쇼
수심 약 30m 모래 바닥에 이르자 놀라운 상어 쇼가 펼쳐졌다. 대담한 너스상어들이 카메라 렌즈에 주둥이를 들이밀며 놀라운 클로즈업 장면을 연출했고, 곧이어 날렵한 레몬상어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레몬상어는 크고 우아한 몸짓으로 물속을 유영하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특히 약 4m와 3m 크기의 레몬상어 두 마리는 다이버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유유히 주변을 맴돌며 수중 사진가들에게 최고의 순간을 선물했다. 상어들은 정면으로 다가오다 마지막 순간에 방향을 틀어 난파선 위아래를 오가며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양한 매력의 주피터 다이빙 포인트와 해양 환경
주피터 다이버들에게 인기 있는 또 다른 포인트는 수심 24-27m의 '몽키 렛지(Monkey Ledge)'다. 약 2노트(시속 3.7km)의 북상 조류를 타고 편안한 드리프트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이곳에서는 수많은 라이언피시(쏠배감펭)를 볼 수 있다. 다이버들이 폴 스피어로 라이언피시를 사냥하자, 강아지처럼 호기심 많은 작은 너스상어가 다가와 다이버의 몸 밑을 맴돌며 라이언피시를 나눠주길 기다리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경산호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산호 조직 손실 질병'의 흔적이 발견되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다행히 플로리다 대서양 연안은 멕시코 만류의 영향과 깊은 수심, 여름철 비교적 시원한 수온 덕분에 피해가 덜한 편이다.
두 번째 다이빙은 '보니 리프(Bonnie's Reef)'에서 진행됐다. 이곳은 해류가 약하고 산호 백화나 질병의 흔적이 거의 없는 건강한 산호초 지대였다. 다이버들은 다이빙을 즐기는 동시에 산호초에 걸린 낚싯줄을 수거하며 해양 보호 활동도 잊지 않았다. 수심 18m의 이 포인트는 편안한 다이빙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해협 남쪽에 위치한 '빅 휠스(Big Wheels)' 역시 인기 있는 포인트다. 수심 27m에 시야는 보통 15m 이상 확보되며, 경산호와 연산호가 자라기 좋은 훌륭한 지형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다이버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외래종인 라이언피시 개체 수가 조절되고 있으며, 짝짓기 철에는 거북이들이 모여드는 장관을 볼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