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크리에이션 스쿠버다이빙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젤 파리(Zale Parry)**가 향년 9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수많은 다이버들에게 **'다이빙의 퍼스트레이디'**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그는 70년이 넘는 커리어 동안 수중 탐사, 장비 개발, 다이버 교육, 영화 및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다이빙 장비 및 마케팅 협회(DEMA)는 공식 추모사를 통해 파리를 단순한 선구자 이상의 존재로 평가하며, "소중한 친구이자 열정적인 후원자였으며, 오랜 시간 DEMA 쇼의 명예의 전당 대사로서 따뜻함과 열정으로 만나는 모든 이들을 맞이해 주었다"고 전했다.
스쿠버다이빙의 기틀을 마련한 여성 선구자
파리는 스쿠버다이빙이 대중적인 레크리에이션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던 1950년대 초창기 다이빙계를 이끈 인물이다.
그는 1954년 '호프-페이지(Hope-Page) 역류 방지 밸브 마우스피스'를 개방 수역에서 테스트하던 중 63.7m의 수심을 기록하며 당대 여성 수심 신기록을 세웠다.
해당 장치는 다이버의 마우스피스가 빠지더라도 호흡 호스로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장비로, 당시 주로 사용되던 더블 호스 호흡기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파리의 이번 잠수는 단순한 기록 수립 목적이 아닌, 가혹한 해양 환경에서 새로운 안전 기술의 성능을 입증하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그는 미국 최초의 정식 강사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저명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수중 강사 자격 과정'을 수료하며 세 번째 여성 공식 다이빙 강사로 이름을 올렸다.
할리우드를 매료시킨 수중 활동과 대중화 기여
스쿠버다이빙 초기 시절 파리는 이 스포츠를 대중에 알리는 대표적인 아나운서이자 대사 역할을 수행했다. 인기를 끌었던 TV 시리즈 <씨 헌트(Sea Hunt)>에서 대역 스턴트 연기와 기술 자문을 맡았으며, 주연 배우인 로이드 브리지스에게 스쿠버다이빙을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1957년 영화 <돌고래와 소년(Boy on a Dolphin)>에서 배우 소피아 로렌의 수중 대역으로 출연했으며, 1965년 TV 시리즈 <해저 여행(Voyage to the Bottom of the Sea)> 등 다수의 영화 및 방송 제작에 참여하며 스쿠버다이빙의 대중적 인기를 견인했다.
초기 수중 사진가이자 작가로도 활동한 파리는 1957년 국제 수중 영화제를 공동 설립하고 수중 사진 협회 최초의 여성 회장을 역임했다. 말년에는 미국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의 발전사를 정리한 저술 활동을 통해 초창기 스쿠버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데 기여했다.
다이버 안전 및 고압 의학 분야의 업적
파리의 영향력은 미디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다이버의 안전과 직결된 고압 의학 발전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인 파리 비벤스 박사와 함께 '수중 과학 연구 기업(SURE)'을 공동 설립하여 다이빙 장비 테스트와 엔지니어링을 진행했으며, 캘리포니아주 최초의 민간용 고압 챔버 개발 및 보급을 주도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파리는 다음의 주요 영예를 안았다.
- 여성 다이버 명예의 전당 및 국제 스쿠버다이빙 명예의 전당 동시 헌액
- NOGI 공로상 및 DEMA '리칭 아웃' 상 수상
- 2006년 해양 탐사, 해양 보전, 고압 의학 및 다이빙 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젤 파리 장학금' 창설
DEMA 측은 "파리의 뛰어난 커리어는 현대 다이빙 산업의 정의를 내리는 데 기여했다"며 "교육과 혁신, 멘토십을 통해 수많은 세대의 다이버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오늘날의 글로벌 다이빙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