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타임즈=2026년 2월 20일] '얼음의 대륙' 남극의 차가운 심해에서 사상 최초로 상어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 영상으로 포착됐다. 호주 민데루-UWA(Minderoo-UWA) 심해 연구센터 소속 연구팀은 남극 해역에서 상어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첫 영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극한의 저온 환경으로 인해 상어가 서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랜 학계의 통념을 뒤집는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민데루-UWA 심해 카메라 영상에 포착된 상어의 모습 (사진: 민데루-UWA 심해 연구센터/유튜브)
얼음의 땅에서 포착된 거대한 포식자
역사적인 상어의 모습은 2025년 1월, 남극 반도 인근 사우스셰틀랜드 제도에서 진행된 탐사에서 촬영되었다. 연구팀이 미끼를 단 심해 카메라를 수심 약 490미터(1,608피트) 지점에 설치한 결과, 거대한 상어가 유유히 헤엄치는 장면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아직 정확한 종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연구팀은 영상 속 상어가 잠꾸러기상어과(Somniosidae)에 속하는 '남방잠꾸러기상어(Somniosus antarcticus)'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잠꾸러기상어는 차가운 심해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한 상어 그룹으로, 느린 움직임과 작은 지느러미가 특징이며 주로 어류, 두족류, 사체를 먹고 산다. 이 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종은 북극과 북대서양에 서식하는 그린란드상어(Somniosus microcephalus)로, 한 개체가 약 400살로 추정될 만큼 극단적인 장수 생물로 유명하다.
예상치 못한 발견에 학계 '놀라움'
영상 속 상어를 식별한 제시카 콜부즈(Jessica Kolbusz) 박사는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발견이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그녀는 "이번 영상은 남빙양 현장에서 잠꾸러기상어과 또는 다른 연골어류를 촬영한 최초의 기록이기 때문에 매우 놀랍다"고 강조했다.
과거 남방잠꾸러기상어는 사우스조지아, 매쿼리섬, 칠레 남부 등 남극에 인접한 '아남극' 지역에서 발견된 기록은 있었지만, 지난해 이번 영상이 촬영되기 전까지 남극 해역에서 공식적으로 존재가 확인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극한의 추위를 이겨내는 상어의 비밀
대부분의 상어는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ectothermic)이어서 따뜻한 바다에 주로 서식한다. 백상아리, 청상아리, 악상어 등 일부 종만이 '부분적 온혈성(regionally endothermic)' 특성을 지녀 헤엄칠 때 발생하는 열로 몸 일부를 따뜻하게 유지하며 차가운 물에서 생존할 수 있다.
남극 주변의 수온은 영하 2°C(28°F)까지 떨어질 수 있어, 대부분의 어종은 특수한 적응 능력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이번에 상어가 발견된 지점의 수온은 약 1.27°C(34°F)였다. 과학자들은 이 상어가 사촌 격인 그린란드상어와 유사한 생존 전략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린란드상어는 근육에 고농도의 트리메틸아민 N-산화물(TMAO)과 요소를 축적하는데, 이 화합물들이 천연 부동액 역할을 해 영하의 수온에서도 몸이 어는 것을 막아준다.
"우리는 남극에 상어가 없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 때문에 상어를 볼 것이라 전혀 기대하지 않고 탐사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나타났죠. 심지어 작은 녀석도 아니었습니다. 이 녀석들은 마치 탱크 같았습니다."
앨런 제이미슨(Alan Jamieson) 박사, 민데루-UWA 연구센터 설립 이사
원격 카메라로 관찰된 상어의 크기는 약 3~4미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만으로 정확한 종을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연구팀은 탐사 중 수집한 환경 DNA(eDNA) 샘플을 분석하면 종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영상 촬영은 남극 반도 주변의 저서 및 중층수 생태계를 조사하기 위해 미끼를 단 카메라를 이용한 광범위한 심해 연구 탐사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남빙양의 넓은 지역, 특히 대륙붕 아래 심해는 다른 해양 분지에 비해 장기적인 관측 데이터가 부족하여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