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멸종위기종의 운명, 법정에서 갈린다
국제 해양보호단체 오세아나(Oceana)가 멕시코만의 멸종위기 해양생물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법적 다툼에 합류했다. 오세아나는 미국 국립해양수산청(NMFS)이 멕시코만에서의 석유 및 가스 시추 활동이 멸종위기종 보호 규정을 무력화하도록 허용한 결정에 맞서, 다른 환경단체들과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NMFS가 발표한 '생물학적 의견서(biological opinion)'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해당 의견서는 멕시코만에서 이루어지는 석유 및 가스 관련 활동이 라이스고래, 큰쥐가오리, 바다거북 등 주요 멸종위기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고 결론 내렸다. 환경단체들은 이 결론이 과학적 증거를 무시하고, 미국 멸종위기종보호법(Endangered Species Act, ESA)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이 소송은 지난 1월 환경법률단체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가 건강한 멕시코만(Healthy Gulf), 생물다양성센터, 야생동물보호협회, 시에라클럽 등을 대리하여 처음 제기했으며, 오세아나의 합류로 법적 대응의 규모와 목소리가 더욱 커지게 되었다.
과학을 외면한 정부의 결정
소송의 핵심 쟁점은 NMFS의 '생물학적 의견서'이다. 이 문서는 해양에너지관리국(BOEM)이 석유 및 가스 회사에 시추, 탐사 등 각종 활동 허가를 내주는 데 결정적인 근거로 사용된다. 환경단체들은 NMFS가 업계의 편의를 위해 과학적 사실을 외면하고, 멸종위기종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석유 및 가스 탐사 과정에서 사용되는 '지진파 공기총 발파(seismic airgun blasting)' 기술이다. 이 기술은 해저 지층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강력한 음파를 발사하는데, 이 소음은 소리에 극도로 민감한 고래와 같은 해양 포유류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력 손상, 의사소통 방해, 스트레스 증가, 서식지 이탈 등을 유발하며, 최악의 경우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오세아나의 캠페인 책임자인 다이앤 호스킨스(Diane Hoskins)는 "NMFS는 자체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이용 가능한 최상의 과학적 데이터를 무시하고, 멕시코만에서 가장 취약한 해양생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결정을 내렸다"며, "특히 지구상에 100마리도 채 남지 않은 라이스고래를 멸종으로 몰아넣고, 멕시코만 전체 생태계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 결정을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멸종 직전의 라이스고래와 위기에 처한 해양생물들
이번 결정으로 가장 큰 위협을 받는 종은 단연 '라이스고래(Rice's whale)'이다.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100마리 미만으로 추정되는 라이스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희귀한 해양 포유류 중 하나로, 멕시코만 북부 해역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이들의 유일한 서식지는 석유 및 가스 시추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과 정확히 겹친다.
라이스고래 외에도 이번 결정의 영향을 받는 멸종위기 및 보호대상 해양생물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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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쥐가오리 (Giant Manta 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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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바다거북 (Loggerhead Sea Tur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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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거북 (Green Sea Tur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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켐프각시바다거북 (Kemp's Ridley Sea Tur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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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거북 (Leatherback Sea Tur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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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빨톱상어 (Smalltooth Saw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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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만 철갑상어 (Gulf Sturgeon)
이들 모두는 선박 충돌, 유류 유출로 인한 서식지 오염, 수중 소음 공해 등 석유 및 가스 산업 활동으로 인해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다. 2010년 발생한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기름 유출 사고는 멕시코만 생태계에 장기적이고 파괴적인 상처를 남겼으며, 이번 결정은 제2의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다이버와 해양 애호가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어스저스티스의 크리스 이튼(Chris Eaton) 변호사는 이번 NMFS의 의견서를 '불법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 문서는 멸종위기종보호법이 요구하는 엄격한 과학적 분석을 거치지 않은 채, 석유 및 가스 산업에 대한 '고무도장'을 찍어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진파 탐사와 유류 유출의 위험으로부터 멕시코만의 독특한 해양 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정에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은 단순히 하나의 정부 결정을 바로잡는 것을 넘어, 해양 생태계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스쿠버 다이버를 포함한 모든 해양 애호가들에게 멕시코만의 소중한 해양 생물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멕시코만 해양 생태계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