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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호 난파선 다이브 트레일, 다이버 의견 수렴

영국의 문화유산 관리 기관인 '히스토릭 잉글랜드'가 수중 난파선 탐사를 돕는 '다이브 트레일'의 실효성 평가에 나섰다. 다이버들의 생생한 피드백을 통해 향후 유지보수 및 자금 지원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스쿠버타임즈

2026년 1월 4일 16:07
영국 보호 난파선 다이브 트레일, 다이버 의견 수렴

[스쿠버타임즈=BSAC HQ 기자, 2025년 12월 18일] 영국의 역사적인 난파선 다이빙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중요한 의견 수렴 절차가 시작됐다. 잉글랜드의 역사적 환경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공공기관인 '히스토릭 잉글랜드(Historic England)'는 영국 최대 다이빙 단체 중 하나인 영국 서브-아쿠아 클럽(BSAC) 소속 다이버와 다이빙 센터를 대상으로 '보호 난파선 다이브 트레일(protected wreck dive trails)'의 효과와 유용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히스토릭 잉글랜드가 해양 고고학 전문 컨설팅 업체인 'MSDS Marine'에 의뢰한 '다이브 트레일 전략 검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다이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수중 문화유산 탐방 시스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를 위한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수중 박물관으로 안내하는 길, '다이브 트레일'이란?

다이브 트레일은 단순히 바닷속에 설치된 길 안내 표시가 아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보호 난파선 현장에 설치된 일종의 '수중 큐레이션 시스템'이다. 히스토릭 잉글랜드의 자금 지원으로 설치된 이 트레일은 난파선의 주요 특징과 구조물을 표시하는 각 지점(station)과 이 지점들을 연결하는 가이드라인(line), 그리고 방수 책자, 사이트 지도, 다이브 슬레이트 등 상세한 정보를 담은 해석 자료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을 통해 다이버들은 무계획적으로 난파선 주변을 헤매는 대신, 마치 잘 설계된 박물관을 관람하듯 체계적으로 난파선의 역사적, 고고학적 가치를 탐사할 수 있다. 이는 다이빙 경험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다이버들이 민감한 유적에 미치는 물리적 영향을 최소화하여 난파선을 보호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속가능한 탐사를 위한 과제: 유지보수와 설문조사

하지만 바닷속에 설치된 인공 구조물인 만큼 다이브 트레일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가이드라인과 안내판, 부표 등에 달라붙는 해양생물들을 주기적으로 제거해야 하며, 강한 조류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손상된 구조물은 교체해야만 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이러한 유지보수 활동의 상당 부분은 자원봉사 형태로 현장 허가를 받은 다이버 그룹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전략 검토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히스토릭 잉글랜드는 다이브 트레일의 실제 사용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원봉사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함으로써 이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 설문조사는 다이버, 다이빙 센터, 그리고 다이빙 전용선(차터) 선장들이 다이브 트레일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다. 이 데이터는 한정된 예산과 자원을 가장 필요한 곳에 집중하여, 궁극적으로 다이버들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다이버의 10분이 미래를 바꾼다: 설문조사 참여 안내

이번 설문조사는 최대 10분 정도 소요되는 간단한 과정이지만, 그 결과는 향후 영국 난파선 다이빙의 미래 계획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로젝트팀은 더 많은 다이버 그룹이 자신이 아끼는 보호 난파선에 다이브 트레일을 설치하고 지원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현재 다이브 트레일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난파선 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주요 다이브 트레일 설치 난파선

노르만스 베이 난파선(Normans Bay Wreck): 17세기에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네덜란드 상선으로,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나다.
토르네스 베이 난파선(Thorness Bay Wreck): 19세기 목조 선박인 '플라워 오브 유지(Flower of Ugie)'로 추정되는 난파선이다.
콜로서스함(HMS Colossus): 1798년 침몰한 나폴레옹 전쟁 시대의 전함으로, 고대 그리스 도자기 등 귀중한 유물을 싣고 있었다.
코로네이션함(HMS Coronation): 1691년 폭풍으로 침몰한 90문짜리 2급 전열함으로, 영국의 중요한 해양 역사 유적이다.
아이어나 2호(Iona II):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의 봉쇄를 뚫던 고속 외륜선으로, 독특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 모든 사이트들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다이빙 포인트지만, 다이브 트레일 덕분에 더욱 흥미롭고 교육적인 탐사가 가능하다.

해양유산 보존의 선진 사례: 한국 다이빙계에 주는 시사점

영국의 이번 사례는 단순한 해외 소식을 넘어, 국내 다이빙계와 수중 문화유산 관리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영국은 '1973년 난파선 보호법(Protection of Wrecks Act 1973)'을 통해 역사적,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수중 유적을 '보호 난파선'으로 지정하고 법적으로 관리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보호 조치가 '접근 금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히스토릭 잉글랜드는 다이브 트레일과 같은 적극적인 방식을 통해 통제된 환경 속에서 대중, 특히 다이버들이 수중 유산을 직접 체험하고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장려한다. 또한, 자원봉사자들에게 유지보수 역할을 맡김으로써 공동체 참여를 유도하고 주인의식을 고취시킨다. 이는 정부 기관과 민간 다이빙 커뮤니티가 협력하여 해양 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이상적인 모델을 보여준다.

신안 해저 유물선 등 풍부한 수중 문화유산을 보유한 한국 역시 이러한 접근 방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보존을 이유로 한 무조건적인 통제보다는, 체계적인 가이드 시스템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다이버들이 책임감 있는 '수중 문화유산 해설사'이자 '감시자'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전환을 고민해볼 시점이다.

사진 제공: Nick Watson

원문: bs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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