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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런호 '난파선 골목'서 100년 넘게 잠든 증기선 촉토호 발견

미국 휴런호 '난파선 골목'에서 100년 이상 실종 상태였던 증기선 촉토호와 화물선 오하이오호가 발견됐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연구팀은 첨단 소나 기술과 수중 로봇을 동원해 이들의 위치를 찾아냈다.

스쿠버타임즈

2026년 2월 3일 14:25
휴런호 '난파선 골목'서 100년 넘게 잠든 증기선 촉토호 발견

100년의 미스터리, 첨단 기술로 풀다

미국의 소설가 펄 벅(Pearl S. Buck)은 "오늘을 이해하고 싶다면 어제를 탐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미국 오대호 깊은 곳에는 과거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오늘날 우리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수많은 역사의 조각들이 잠들어 있다. 그리고 최근, 100년 넘게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난파선의 위치가 마침내 확인되며 과거의 장막이 걷혔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수역 비율이 41.5%로 가장 높은 '물의 주' 미시간. 이곳에 위치한 휴런호는 거친 물살과 얼음, 짙은 안개로 악명이 높아 수많은 선원의 목숨을 앗아간 탓에 '난파선 골목(Shipwreck Alley)'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오대호 해운의 200년 역사를 품은 난파선들은 그 자체로 수많은 선원과 승객의 이야기가 담긴 타임캡슐이다.

2000년 오대호 최초의 국립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선더 베이 국립해양보호구역(Thunder Bay National Marine Sanctuary)'은 설립 이후 파트너 기관들과 함께 여러 차례 난파선 탐사 원정을 수행해왔다. 그 결과 수십 년간 실종 상태였던 여러 척의 배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은 미시간주 프레스크 아일 연안의 역사적인 항로에서 찾아낸 증기선 촉토호(Choctaw, 1892-1915)와 목조 화물선 오하이오호(Ohio, 1873-1894)이다.

안갯속으로 사라진 증기선, 촉토호

1915년 7월 12일, 쌀쌀하고 안개가 자욱한 새벽이었다. 온타리오주 포트윌리엄을 떠나 동쪽으로 향하던 화물선 와콘다호(Wahcondah)는 밀을 가득 싣고 항해 중이었다. 오전 5시 30분, 짙은 안개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와콘다호의 선원들은 항로에 다른 배가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와콘다호와 충돌한 배는 석탄을 싣고 항해하던 촉토호였다. 찰스 A. 폭스(Charles A. Fox) 선장과 21명의 선원이 탑승하고 있던 길이 약 81m(267피트), 1,573톤급의 이 강철 선박은 충돌 후 빠르게 침몰했다. 다행히 탑승자 전원은 무사히 구조되었지만, 혁신적인 '모니터(monitor)' 설계로 제작된 촉토호의 정확한 위치는 이후 약 100년간 미스터리로 남았다.

수많은 고고학자와 난파선 탐사 전문가들이 촉토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2011년에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 연구원, 대학 파트너, 그리고 미시간주 새기노의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팀이 거의 발견에 근접하기도 했으나 끝내 위치를 확정하지는 못했다.

독특한 설계의 '모니터' 선박

촉토호가 건조된 시기는 전통적인 목조 선체가 강철로 대체되던 과도기였다. 선체는 당시 유행하던 알렉산더 맥두걸(Alexander McDougall) 선장이 발명한 상징적인 '웨일백(whaleback)' 디자인과 유사했지만, 측면이 직선이고 선수(뱃머리)는 전통적인 형태를 갖춘 하이브리드 설계였다. 이러한 독특한 디자인의 선박은 '모니터'로 불렸으며, 안다스테(Andaste), 촉토(Choctaw), 유마(Yuma) 단 세 척만이 건조되었다.

첨단 기술이 이끈 발견의 여정

선더 베이 해양보호구역은 알려진 해양 유산 자원을 보호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것 외에도, 2009년 최종 관리 계획을 통해 역사 및 기록 연구와 측면 주사 소나(side-scan sonar)와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주요 난파선 위치를 파악하고 문서화하는 연구 실행 계획을 수립했다.

약 7년간의 연구와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끝에, NOAA는 2014년 선더 베이 국립해양보호구역의 경계를 약 11,137km²(4,300 제곱마일)로 확장했다. 이는 100여 개의 알려지거나 존재 가능성이 있는 역사적 난파선을 추가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러한 노력은 NOAA 해양탐사연구실의 자금 지원을 받은 탐사 연구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소나를 사용해 확장된 보호구역 북쪽 경계 내의 휴런호 바닥을 정밀하게 지도화했고, 그 과정에서 두 개의 주요 목표물을 발견했다.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후속 조사에는 미시간 공과대학 오대호 연구센터의 자율무인잠수정(AUV)과 노스웨스턴 미시간 대학이 제공하고 조종한 원격조종무인탐사정(ROV) 등 두 대의 수중 로봇이 투입되었으며, 테크니컬 다이버들이 직접 수중 관찰을 수행했다.

오랜 미스터리의 종결, 그리고 새로운 시작

연구팀은 수중 로봇이 촬영한 이미지와 영상을 선박의 역사 기록과 세심하게 비교 분석한 끝에, 마침내 두 난파선이 각각 촉토호와 오하이오호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촉토호의 발견 소식이 전해지자, 폭스 선장의 손녀인 루스 슈워츠 피셔(Ruth Schwartz Fisher)와 그녀의 조카 다이앤 하우슬러(Diane Hausler)는 "마침내 마음의 매듭을 풀게 되어 안도한다"며 "이번 발견이 우리 가족을 다시 하나로 묶어주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흥미롭게도, 이번 프로젝트는 촉토호와 오하이오호의 오랜 미스터리를 해결함과 동시에 또 다른 미스터리의 문을 열었다. 바로 오하이오호와 충돌했던 범선형 부선 아이언턴호(Ironton)의 행방이다. 연구원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이언턴호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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