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 매거진의 2025년 글쓰기 공모전 출품작인 '잊지 못할 다이빙'은 다이버 닉 라이온이 시실리 제도에서 겪은 인생을 바꾼 순간을 다루고 있다. 1990년대 초, 화창하고 바다가 거울처럼 잔잔했던 어느 날, 라이온은 시실리 제도의 비숍 록 등대 인근에서 다이빙을 진행했다.
이 지역은 1843년 리버풀에서 포르투갈 포르투로 향하던 중 침몰한 도우로호의 잔해 지대이다. 당시 도우로호는 화물로 수천 개의 C자 형태의 청동 화폐인 '마닐라'를 싣고 있었다. 마닐라는 당시 서아프리카에서 노예 매매의 수단으로 악용되었는데, 이는 노예제도가 이미 불법화된 지 36년이 지난 시점이었기에 더욱 충격적인 역사적 사실이었다.
수중 탐사 중 라이온은 수심이 얕은 지형에서 흰 모래와 뒤섞인 목재 더미와 거대한 닻을 발견했다. 모래를 걷어내자 녹슨 금속 띠로 둘러싸인 해상용 상자로 보이는 물체가 나타났다. 그는 처음에는 보물 상자를 발견했다는 들뜬 마음에 상자를 열었으나, 곧 그것이 상자가 아닌 온전한 상태의 통(barrel)임을 확인했다.
라이온은 다이빙 나이프로 통의 뚜껑을 열었고,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온 수백 개의 마닐라를 목격했다. 통상적인 난파선 다이버라면 당연히 전리품을 챙겼을 상황이었지만, 라이온은 노예 무역이라는 처참한 역사를 상기하며 차마 유물을 손에 댈 수 없었다. 그는 즉시 모래를 덮어 유물을 원상복구하고 동료와 함께 수면 위로 상승했다. 이 경험 이후 라이온은 고고학적 가치나 명확한 목적이 없는 이상 수중의 어떤 유물도 훼손하거나 인양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게 되었다.
도우로호의 사례는 난파선이 단순한 보물 창고가 아니라, 우리가 교훈을 얻어야 할 역사의 단면임을 보여준다. 라이온은 이 사건을 계기로 모든 난파선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변화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