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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산후안' 발견, 캐나다 해양고고학 개척자 로버트 그르니에 별세

16세기 바스크 포경선 '산후안' 호를 발견하며 캐나다 수중고고학의 기틀을 마련한 로버트 그르니에가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그는 40년 이상 파크스 캐나다에서 활동하며 레드 베이 유적 발굴을 이끌었고, 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이어졌다.

스쿠버타임즈

2026년 1월 13일 10:13
난파선 '산후안' 발견, 캐나다 해양고고학 개척자 로버트 그르니에 별세

캐나다 수중고고학의 선구자, 영면에 들다

1978년 캐나다 래브라도 레드 베이에서 16세기 바스크 포경선 '산후안(San Juan)' 호를 발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선구적인 해양고고학자 로버트 그르니에(Robert Grenier)가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그는 지난 1월 3일 퀘벡주 가티노에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40년 이상 파크스 캐나다(Parks Canada)에 몸담으며 캐나다에서 수중고고학을 과학적 학문 분야로 정립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히는 산후안 호의 발견은 초기 대서양 횡단 포경과 북미 해양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고고학적 증거를 제시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16세기 난파선 '산후안' 호의 발견

산후안 호는 1565년 폭풍으로 인해 암초에 부딪혀 침몰한 선박이다. 파크스 캐나다 수중고고학 책임자였던 그르니에는 바스크 역사학자 셀마 헉슬리(Selma Huxley)의 연구를 바탕으로 난파선의 유력한 위치를 특정한 뒤 탐사를 지휘했다. 그와 다이버팀은 수심 9-10미터 지점에서 수 세기 동안 쌓인 개펄 아래에 묻혀 있던 길이 24미터의 3개 돛대 범선을 거의 온전한 형태로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선체 아래에서는 고래를 직접 사냥하는 데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8미터 길이의 작은 보트 '찰루파(chalupa)'도 함께 발견되어 당시 포경 활동의 모습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이 발굴은 당시 최대 규모의 수중고고학 프로젝트 중 하나였으며, 북극 해역에서 진행된 최초의 주요 발굴 작업으로 기록되었다.

"나는 마치 마술사처럼 내 손으로 레드 베이의 16세기 그림을 열어보는 기분이었다. 바스크인들에게 이것은 성배와도 같다." - 로버트 그르니에

해양고고학계에 남긴 유산

산후안 호에 대한 연구는 30년 이상 지속되었고, 2007년 방대한 보고서로 집대성되었다. 레드 베이에서는 산후안 호를 포함해 최소 7척의 바스크 선박과 다수의 찰루파, 기타 장비들이 발견되었다. 이는 이곳이 단일 난파선 지점이 아니라 산업적인 포경 항구였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레드 베이 지역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1937년 퀘벡주 트루아리비에르에서 태어난 그르니에는 고전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유럽, 아메리카, 북극 전역의 발굴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레드 베이 작업 외에도 1983년부터 2008년까지 존 프랭클린 경의 실종된 탐험선 HMS 에러버스(HMS Erebus)와 HMS 테러(HMS Terror)를 찾는 탐사를 이끌기도 했다. 두 선박은 각각 2014년과 2016년에 발견되었다.

끊임없는 열정과 미래를 향한 비전

고인은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수중 문화유산 보호 국제과학위원회 의장을 역임했으며, 2004년에는 캐나다 훈장(Officer of the Order of Canada)을 수훈했다.

2011년 파크스 캐나다에서 은퇴한 그는 2014년 자신의 산후안 호 연구 자료를 스페인 북부 파사이아에 기반을 둔 바스크 해양유산 단체 알바올라(Albaola)에 기증했다. 알바올라는 현재 산후안 호의 실물 크기 복제품을 건조 중이며, 이 복제선은 2025년 11월 진수되어 2027년 레드 베이까지 항해할 예정이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아내 캐롤라인 마샹(Caroline Marchand)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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