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머스 해양 연구소의 케리 하웰에 따르면 북대서양 수심 1km가 넘는 지점, 이름 없는 해산 위로 냉수 산호초 군락이 펼쳐져 있다. 지도상에 단 한 번도 표시된 적 없는 이 수중 숲은 수 세기 동안 존재해 왔으며, 매년 1~2cm씩 성장해 왔다.
이 산호초 군락은 숲속 생물이 나무에 의지하듯 살아가는 수십 종의 해양 생물에게 보금자리이자 먹이 활동의 장을 제공한다. 이들은 빙하기를 거치며 살아남았지만, 산업적 어업과 심해 채굴, 기후 변화라는 현대적 압박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을지는 데이터에 달려 있다.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생태계를 보호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로봇 및 자율 수중 이동체는 심해에서 방대한 양의 영상 데이터를 수집해 왔다. 이는 인류가 직접 보기 어려운 심해 생태계를 기록한 귀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집된 영상 중 절반도 채 분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숙련된 전문가가 잠수 한 번으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만 약 2개월이 소요된다. 수천 번의 잠수 기록을 고려하면, 이 막대한 정보 자산이 왜 그동안 활용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인공지능이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AI 모델은 북동대서양 수심 1,200m 지점에서 취약한 해양 생태계의 지표종으로 알려진 거대 단세포 생물 ‘제노피오포어(xenophyophore)’의 분포도를 매핑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 분석가가 수개월에 걸쳐 수행해야 할 작업을 단 며칠 만에 완료한 것이다.
현재 ‘딥 비전(Deep Vision)’ 프로젝트는 심해 산호와 해면 등 취약 해양 생태계 지표종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식물이 없는 심해 환경에서 생태계의 기틀을 마련하는 ‘핵심종’ 역할을 한다. 이들을 제거하면 생태계 자체가 붕괴할 위험이 크다. AI가 영상에서 생물 다양성 데이터를 추출하면, 그다음 단계는 ‘서식지 적합성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카메라가 촬영하지 않은 미답지까지 생태계 정보를 확장해 예측 지도를 만드는 작업이다.
해양 생물학자로서 대서양 수심 2km 아래 사는 해면동물을 왜 보호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이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우리 삶과 밀접하다. 이들 생물은 필수 영양소를 재순환시키며 탄소 순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바다는 지구 생명 유지 시스템의 엔진이며, 그 내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효율적인 해양 관리의 출발점이다.
이번 대서양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이 방법론은 다른 해양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태평양, 인도양, 남극해 역시 데이터 부족과 광대한 미탐사 영역이라는 동일한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